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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큰 효과"…한국 기업들, 골프구단 창단 붐

한국의 대기업들이 속속 골프계에 뛰어들고 있다. 저마다 기업 이름을 내건 '골프구단'을 창설하면서 골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골프구단이 생기는 것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현상이다. 골프는 개인 운동이기에 골프구단이란 말 자체가 생소하다. 그러나 기업들이 앞다퉈 골프구단을 창설하면서 현재 한국에선 골프구단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웅진코웨이는 최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웅진코웨이 골프단 창단식'을 열었다. 문수영을 비롯 4명의 여자골퍼를 영입하면서 골프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국인삼공사도 '정관장 골프단' 창단식을 갖고 골프계에 본격 진출했다. 정관장 골프단은 미국 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유선영과 국내 남자투어에서 뛰는 김도훈 존 허 등 남녀 선수 6명으로 구성됐다. 인삼공사(정관장)는 지난 7년 동안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후원하다 아예 골프단을 창단하고 나선 것이다. 또 KB금융그룹도 한희원.양희영.정재은 등 국내외에서 활약 중인 여자 선수 3명과 후원 계약을 했다. KB금융그룹은 '골프단'이라는 명칭을 쓰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후원 선수 수를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한화그룹이 유소연.윤채영.임지나.남수지 등 4명으로 구성된 여자골프단을 창단했다. 이 밖에 롯데마트도 편애리.오안나.박유나 등의 영입을 마치고 시즌 시작 전에 골프구단을 창단할 예정이다. 웅진.한화그룹과 한국인삼공사.KB금융그룹.롯데마트 등이 각각 골프구단을 창설하면서 한국 골프구단의 수도 크게 늘었다. 현재 프로골퍼들과 후원 계약을 맺고 골프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줄잡아 20개를 넘는다. 무엇보다도 하나금융.KB금융.신한금융 등 '빅3 은행'은 골프시장에서도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박희영.김인경.이미림 등을 후원하고 있는 하나금융은 골프 마케팅의 모델 케이스로 꼽힌다. 하나금융은 단순한 선수 후원을 넘어 소속 선수를 활용해 골프레슨 핸드북과 DVD등을 만든 뒤 고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줘 호평을 받고 있다. 해마다 LPGA 골프대회도 개최한다. 토마토저축은행과 스위스저축은행.삼화저축은행 등 저축은행들도 각각 골프단을 운영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특히 골프구단을 운영하면서 인지도가 눈에 띄게 향상되는 건 물론 신뢰도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봤다고 분석한다. 또 미래에셋증권과 LIG손해보험.BC카드 등의 금융 기업들도 골프구단을 운영하면서 활발한 골프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경우다. 이 밖에도 하이트맥주.넵스.코오롱.하이마트.볼빅.호반건설.팬코리아 등도 각각 골프구단을 운영 중이다. 줄잡아 20개가 넘는 골프구단이 생겨나면서 '골프구단 대항전'까지 생겨났다. 골프구단이 생겨나는 것은 한국에 국한된 특이한 현상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일본에도 골프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없다. 외국에선 선수 개인과 후원 계약을 맺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여러 명의 선수를 한꺼번에 영입한 뒤 단체로 훈련까지 시키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비해 한국에선 골프구단을 창단한 뒤 마치 축구나 야구 등 단체운동처럼 합숙훈련까지 시킨다. 단장과 감독을 선임하고 선수들이 함께 타고 다니는 전용차량까지 제공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해외 전지훈련도 함께 보낸다. 금융 기업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골프구단을 창설하고 나서는 것은 골프 마케팅이 중장년층 소비자는 물론 VIP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J골프 박원 해설위원은 "골프는 원래 개인운동이지만 한국의 단체 문화와 맞물려 속속 골프구단이 등장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골프구단을 운영하면서 국내 골프산업 발전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마토저축은행 김주택 팀장도 "골프단을 운영하는 데 연간 10억원 내외가 들지만 다른 마케팅 수단에 비해 골프구단을 운영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팀장은 "여자골프단이 잇따라 생겨나면서 일부 여자 선수의 몸값에는 거품이 끼었다고 본다. 한국 골프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남녀 골프구단이 고르게 생겨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정제원 기자

2011-04-21

화폭이 된 골프공…그린 위의 '새하얀 캔버스'

골프 공이 캔버스가 되고 있다. 이왈종 화백은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던 1998년부터 볼에 춘화를 그렸다. 여자 프로 선수들 중에도 볼에 그림을 그리는 선수들이 있다. 유소연은 예쁜 돼지를 그린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행운의 표지 일종의 부적인 셈이다. 자기 공을 식별하기 위해 하는 마커를 업그레이드시킨 그림도 있다. 안선주는 스누피나 해바라기를 그려넣고 최혜용은 하트를 그려넣는다. 양수진은 볼에 스폰지밥 같은 만화 캐릭터나 강아지 등을 그리는데 매우 정교하다다. 양수진은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는데 골프를 하게 되면서 자신의 분신처럼 된 골프 볼에 끼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때론 골프 볼에 그림을 그리다 밤을 꼬박 지새우기도 한다. 골프 공에 그림을 그리는 캐디도 있다. "골퍼들은 코스에 나오면 모두 아기가 되지요. 모두 자신에게 더 많은 신경을 써줬으면 하고 바라요. 남자든 여자든 똑같아요." 경기도 이천의 비에이비스타 골프장에서 도우미로 일하는 이숙영씨가 볼에 그림을 그리게 된 사연이다. 이씨는 "혼자서 골퍼 4명을 100% 만족시키기는 힘들어요. 라운드가 끝나면 골퍼들은 이런저런 불만을 갖게 되지요. 그런데 골프공에 그림을 그려 선물했더니 분위기가 확 바뀌었어요"라고 말했다. 캐디 6년차인 이씨는 미술을 전공하기는커녕 그림에 소질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 2월 초 이 골프장의 캐디 캡틴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냈다. "골프공에 그림을 그려서 손님들에게 '작은 감동'을 주자"는 것이었다. 동료 중에서 그림을 잘 그리는 권정숙씨가 그림 그리기 레슨을 했다. 권씨는 그림 그리는 초보자를 위해 흔쾌히 꽃과 나비 포도 장미 꽃다발 게 만화 캐릭터 등 각종 도안을 만들어 동료 145명에게 제공했다. 이숙영씨도 그 도안을 넘겨받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처음엔 어쩔 줄 몰랐죠. 아무리 밑그림을 보고서 그린다고 해도 영 재주가 없어서인지 더디기만 했어요. 처음 것은 그냥 단순하게 꽃잎 몇 장 그리는 정도였죠. 시간도 많이 걸렸고요." 서툴렀던 이씨는 이제 이 골프장에서 그림 잘 그리기로 소문이 났다. 사부인 권씨에 이어 '넘버2'란 소릴 듣는다. 골프장에서 로스트 볼을 주워다 밤새워 집에서 그림 그리기 연습을 한 결과다. 지난 4개월 동안 내공을 쌓은 이씨의 그림은 골프장 회원들과 일반 골퍼들에게 큰 인기를 끌 정도가 됐다. 특히 장미와 꽃다발 나비 포도넝쿨 등의 그림은 일품이다. 색감이 화려할 뿐만 아니라 마치 인쇄한 것처럼 정교하다. 이씨는 자신이 그림을 잘 그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공에 그린 그림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고객이 '작은 정성'을 기쁘게 받아주신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렇게 작은 것에서 골퍼와 캐디의 유대감이 생긴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는 캐디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했다. "첫 홀은 누구나 즐겁잖아요. 그 즐거움을 18홀이 끝날 때까지 리드해 주는 사람이 바로 캐디라고 생각해요. 고객이 즐거우면 우리는 더 즐겁죠." 글=최창호기자.사진=김상선 기자

2011-04-21

남은 거리 알려주고 퍼팅도 잡아주고…

보이스 캐디 모자챙에 부착, 음성으로 거리 측정 클리어 뷰 투명한 헤트 바닥까지 비치는 3차원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골프 보조기구에서부터 투명한 퍼터까지-. 본격적인 골프 시즌을 앞두고 새로 나온 이색 골프 용품을 소개한다. ▶보이스 캐디 "홀까지 남은 거리는 120야드 입니다." 보이스 캐디는 모자챙에 부착할 수 있는 거리 측정기다. 국산 개발품으로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이다. 기존의 거리 측정기가 허리춤에 매달린 기계의 화면을 통해 거리를 표시했다면 이 제품은 모자챙에 부착한 뒤 음성(voice)으로 거리를 알려준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그래서 아주 간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경 53㎜에 무게는 약 30g. 보이스 캐디를 모자에 부착하고 볼이 놓여 있는 샷 지점에서 버튼만 한 차례 눌러주면 자동으로 남은 거리를 인식해 오로지 음성으로만 정보를 알려준다. 거리의 오차 범위는 3m 내외고 세계 2000여 개 주요 골프장의 데이터가 내장돼 있다. 클럽별로 비거리를 측정할 수 있고 라운드 이후 '다시 보기' 기능을 통해 그날의 라운드 상황을 체크할 수 있다. ▶미국의 한 골프용품사는 지난 1월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PGA 용품쇼에 투명 퍼터 '클리어뷰(clearview)'를 내놨다. 퍼터 헤드를 아크릴 재질로 만들어 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헤드가 투명해 위에서 바닥까지 훤히 볼 수 있는 3차원(3D) 방식이라고 회사 측은 주장한다. 윗면과 아랫면에 그어진 일명 '듀얼 얼라인먼트 시스템 라인'을 통해 어드레스 때 헤드가 수평이 됐는지 확인할 수 있고 정렬도 쉽다고 한다. 미국골프협회(USGA) 공인 제품으로 프로대회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퍼터마스터는 퍼터의 보조기구다. 미국의 한 업체가 제작한 이 퍼터마스터(Puttermaster)는 PGA 용품쇼에서 아주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 보조기구를 퍼터 그립 끝에 끼우고 평소처럼 스트로크 연습을 하면 불필요한 손목과 팔의 동작을 없애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게 제조사 측 설명이다. ▶스윈키 캐나다 업체가 개발한 스윈키(Swinkey)는 마치 만병통치약과도 같은 골프 훈련 보조도구다. 이 제품은 원통형(2~3인치)의 스틱 바 형태로 길이는 48인치다. 일반 드라이버보다 조금 길다. 전체 무게는 1㎏ 정도로 양쪽 끝에 그립이 끼워져 있다. 스윈키를 이용하면 몸풀기를 비롯해 드라이브 샷의 스윙 연습도 할 수 있다. 이 원통 안에는 또 다른 가느다란 막대기 형태의 보조 기구도 들어있다. 5~6개 한 세트의 이 도구를 이용하면 자세 정렬은 물론 바른 스윙 궤도를 익힐 수 있다. 최창호 기자

2011-04-21

꽉 끼는 셔츠에 미니스커트…필드 위의 '섹시 코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경기가 열리는 초록색 그린은 색색의 꽃잎을 흩뿌려 놓은 듯하다. 고화질 텔레비전으로 골프 중계를 즐기는 요즘 여성 골퍼들의 아름다운 외모와 화려한 의상은 또 다른 경쟁력이다. 남성 골퍼들의 엄청난 비거리와 파워 넘치는 플레이를 기대하긴 어려워도 섬세한 기량과 아기자기한 경기 내용 그리고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은 시청자로 하여금 채널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 핑크 팬더 크리머 폴라 크리머는 요즘 LPGA 코스에서 가장 화려한 패션 감각을 뽐내는 선수다. 크리머는 분홍색을 기본으로 하는 패션 컨셉트로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골프 백과 그립 심지어 마지막 라운드 때 반드시 사용하는 공과 옷.머리띠까지 분홍색이다. 이 때문에 만화 캐릭터인 '핑크 팬더'라는 별명이 붙었고 그래서 헤드 커버도 핑크 팬더 인형을 쓴다. PGA 투어 팬들이 일요일에는 타이거 우즈의 붉은색 셔츠를 기대하듯 LPGA 팬들에게 크리머의 '일요일=분홍색'은 공식이다. 1m75㎝의 훤칠한 키에 긴 금발 머리와 푸른 눈. 나탈리 걸비스 역시 미국을 대표하는 젊은 스타다. 2002년 데뷔 이후 LPGA 투어뿐 아니라 미국 여성 스포츠계를 대표하는 섹시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그녀는 2004년부터 자신의 수영복 사진이 실린 달력을 판매하고 있고 남성 잡지 화보에도 등장했다. ◆ 베이브 자하리스 코스에서 걸비스는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짧은 원피스나 타이트한 셔츠에 미니 스커트를 매치시키는 등 과감한 의상으로 남성 팬들을 사로잡는다. 지난해에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는 등 총 다섯 번 톱10에 진입하며 외모로만 승부하는 골퍼가 아님을 입증했다. 미모의 여성 골퍼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박지은은 지난해 골프닷컴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 골퍼'에서 8위에 올랐다. 강수연 역시 '필드의 패션모델'로 불리며 빼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한다. ◆ 외모도 실력이다 2002년 3월 LPGA 투어 커미셔너로 일하던 타이 보타우는 178명의 투어 선수 전원을 불러 모아 세미나를 열었다. 보타우는 LPGA 활성화와 수익 극대화를 위한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그가 특히 선수들에게 강조한 것은 '외모'였다. 단지 성적 어필만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 깔끔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옷차림을 요구한 것이다. 2005년 LPGA 투어를 떠난 보타우가 요즘 선수들을 보면 매우 뿌듯해할지 모른다. 하지만 LPGA가 외모도 경쟁력임을 자각한 것이 보타우만의 공은 아니다. 1950년 설립된 LPGA 투어는 세계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여성 스포츠 단체다. 그러나 투어 무대에서 오늘날과 같이 개성 넘치는 의상들이 선보이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60 70년대까지만 해도 흰색 셔츠에 무릎까지 덮는 흰색 혹은 검정 치마나 반바지가 대세였다. 이 흐름을 바꾼 선수가 74년 데뷔한 호주의 잰 스티븐슨이었다. 스티븐슨은 금발을 휘날리며 당시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의상으로 투어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신인상까지 받아 외모와 실력 양면에서 재능을 뽐냈다. 당시 LPGA는 스티븐슨을 투어 공식 매거진 표지에 싣는 등 그녀의 글래머 이미지를 마케팅 전략에 적극 활용했다. 그 후 80년대에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밀짚모자를 선보인 1m80㎝의 장신 스타 미셸 맥건이 스티븐슨의 계보를 이었다. 빨간 모자와 셔츠 치마 차림으로 79년 11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표지를 장식한 낸시 로페즈는 98년 자신의 이름을 건 골프 의류 회사를 차렸다. ◆ 패션은 돈이다 크리머와 걸비스는 아디다스 크리스티 커는 라코스테 그리고 모건 프레셸은 폴로 의상을 입는다. '잘나가는' 골퍼들은 걸어다니는 광고판이다. 스폰서들은 그들과 거액의 계약을 하고 귀하게 모신다. 옷 한 벌에도 심혈을 기울여 선수들의 취향에 맞추려 한다. 테일러메이드-아디다스 골프의 국제 의류 담당 이사인 패트리샤 데이헌은 이 회사의 주요 선수인 크리머와 걸비스가 디자인에 관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준다고 한다. 나이키 골프의 성모은 과장은 "한 의류 라인이 나오기 1년 전부터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진행한다.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는 선수"라고 말했다. 반면 박세리는 뉴욕에서 의상 디자인을 공부한 언니 박유리씨가 디자인한 옷을 입는다. 박세리는 2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대회 때 자신의 이니셜을 딴 'S'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썼다. LPGA.com과의 인터뷰에서 박세리는 "골프 의류는 디자인과 색상 모두 천편일률적이다. 남자 선수들은 호쾌한 장타로 팬들을 끌어 모을 수 있지만 여자 선수들은 좋은 경기력과 함께 좀 더 화려한 의상으로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 여성 골프 의류는 독립적인 패션 아이템으로도 발전하고 있다. 2006년 의류 업체 '버디'를 설립한 케이트 서튼은 어린 시절부터 골프를 쳤지만 맘에 드는 골프 옷을 찾지 못해 직접 의상 디자인에 나선 케이스. 보라색과 분홍색 계열의 셔츠와 바지가 주를 이룬다. 스포츠 의류 브랜드 '리자'도 골프를 좋아하는 린다 힙이 운영하는 회사다. 힙은 한국의 강지민과 재미교포 제인 박 크리스티나 김 등 6명의 LPGA 선수와 협찬 계약을 했다. 유지호 기자

2011-04-21

"비거리 폭발적 증가" 참을 수 없는 드라이버의 유혹

매년 봄 골퍼들은 이런 종류의 드라이버 광고를 보게 되고 혼자 입맛을 다실 것이다. 새 드라이버를 장만하면 거리가 좀 난다고 잰 체하는 동창이나 직장 동료를 혼내줄 수 있을 것 같다. 골프숍 주인은 "버디 몇 번 잡으면 충분히 원금 회수하는데 뭘 망설이느냐"고 유혹한다. 이런 광고를 믿어도 될까. '골프 다이제스트'의 조사에 따르면 아니다. 1980년부터 2004년까지 24년 동안 아마추어 골퍼의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증가는 10야드 정도에 불과하다. 드라이버 광고대로라면 골퍼들의 비거리는 매년 10야드씩은 늘어나야 한다. 1980년 200야드를 쳤던 골퍼는 2004년엔 440야드를 쳐야 맞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24년 동안 늘어난 것이 고작 10야드다. PGA투어 선수들은 같은 기간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가 30야드 정도 증가했다. 아마추어보다 훨씬 많이 늘었다. 그러나 이것이 모두 드라이버 덕은 아니다. 골프 상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타이거 우즈나 어니 엘스 같은 1m90㎝ 안팎의 뛰어난 신체조건을 가진 선수들이 골프라는 스포츠에 대거 유입됐다. 그들은 유연성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골프 스윙만을 위한 몸을 만든 사람들이다. 거리 향상은 드라이버보다는 공의 영향이 더 크다. 늘어난 30야드 중 드라이버의 몫은 아마추어처럼 10야드 안팎으로 봐야 한다. 용품업체들은 이에 대해 발끈할 것이다. 그러나 기자는 말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다. 거물 증인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인은 타이거 우즈다. 그는 지난해 말 2008년형 드라이버를 테스트하면서 "요즘도 가끔 퍼시먼(감나무) 드라이버로 친다. 2008년형 최신 드라이버가 퍼시먼보다 10~15야드 정도 더 나간다"고 말했다. 감나무 드라이버는 1979년 테일러메이드의 금속 드라이버가 나오면서 사라진 과거의 유물이다. 29년 동안 수많은 기술과 그 보다 훨씬 화려한 광고가 난립했지만 결국 얻은 것은 잘해야 15야드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한 골프 용품업체의 사장은 "똑같은 스윙을 해도 5야드씩 더 나가는 드라이버가 있다면 그 드라이버가 시장을 모두 평정할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드라이버 업체가 난립하는 것을 보면 그런 드라이버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드라이버가 발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979년에 헤드 재질이 감나무에서 금속으로 바뀌면서 1차 혁명이 일어났다. 금속은 내구성이 강하고 속을 비워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96년에 나온 대형 티타늄 드라이버는 무게 조절이 가능해 무게중심을 뒤로 아래로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른바 관성모멘트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스위트 스폿에 정확히 맞지 않은 공이 형편없는 샷이 되지 않을 확률이 높아졌다. 우즈도 그것은 인정했다. "퍼시먼 드라이버로 칠 때는 정확히 스위트 스폿에 맞히지 못하면 3번 아이언 거리 정도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대로 얘기하면 최신형 드라이버는 정확히 맞히지 못해도 스위트 스폿에 명중시킨 샷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최신형 드라이버는 어느 정도 잘못 친 샷을 용서해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스윙보다 더 뛰어난 비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모든 잘못된 스윙을 용서해주지도 않는다. 캘러웨이 김홍식 마케팅 부장은 "도깨비 방망이는 없다"고 말했다. 아무리 최신 드라이버라고 해도 슬라이스를 만드는 심한 아웃사이드 스윙을 고쳐주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냉정하게 얘기해서 거리를 더 내고 싶다면 새로운 드라이버를 사는 것보다는 스윙 레슨을 받는 것이 옳다. 구력이 몇 년 된 골퍼라면 대부분 그 정도는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골퍼라면 "20야드 늘어난다"는 광고를 볼 때마다 솔깃할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마찬가지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설명서 같은 복잡한 골프용품 업체의 드라이버 신기술 설명이 아무것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러 어려운 용어를 갖다 붙여 놓은 것이라고 기자는 판단한다. 사실상 아무 변화도 없는 드라이버 비거리에 대한 통계치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거리를 늘려주겠다는 광고엔 솔깃한다. 골프에서 거리는 이데아이고 골퍼들은 기본적으로 거리에 대한 속물근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퍼팅은 돈 드라이버는 쇼'라고 하지만 그건 프로들 얘기다. 주말 골퍼가 돈을 따려고 필드에 나가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 잘 맞아 동반자들을 압도하는 호쾌한 드라이브샷 한 방 우쭐한 그 손맛 때문에 연습장에 가고 필드에 갈 꿈을 꾼다. '정치인과 낚시꾼과 골퍼들은 다 거짓말쟁이'라는 말은 맞는 것 같다. 골퍼의 거짓말 중에는 '350야드 파4 홀에서 1온을 시켰다' '550야드 파5 홀에서 2온을 했다'는 둥 거리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도박과 알코올과 이혼에 찌들어 폐인이 다 된 존 댈리가 아직도 온몸에 덕지덕지 광고를 달고 다니는 것도 골퍼들의 그런 속물근성 때문이다. 마릴린 먼로가 섹스 심벌이듯 댈리는 장타의 심벌이다. 게다가 드라이버는 어른들의 장난감이다. 골퍼들은 자동차는 매년 바꾸지 못하지만 봄이 올 때마다 드라이버를 바꾸면서 새로운 장타의 꿈을 꾼다. 가장 길며 헤드가 크고 파워의 상징인 드라이버가 성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골퍼들이 유독 집착을 가지는 것일 수도 있다. 아이언을 어드레스하고 있을 때와 드라이버를 어드레스할 때를 상상해보라. 드라이버를 더 빛나고 더 비싸고 신형으로 하고 싶은 충동이 잠재의식 속에서 꿈틀거리지 않겠는가.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살아있다면 '아이언은 10년을 써도 상관없지만 드라이버는 그럴 수 없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할 것 같지 않은가. 그래서 매년 새로운 드라이버가 나오고 새로운 광고가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신문에도 새로운 드라이버에 대한 소식이 나간다. 기자도 새로운 드라이버에 대한 기사를 쓸 것이다. 성호준 기자

2011-04-21

40~50대 남성들 내기 골프는 어깨 건강에 '독'

과도하게 스윙 크게 하고 땅치는 경우 많아 위험 겨우내 웅크린 관절에 무리 가는 봄 시즌에 많아 "수술하려면 7개월 외래(진찰) 보려면 5개월 기다리셔야 합니다." 박진영(사진) 교수의 소문을 듣고 건국대병원으로 간 환자는 이런 말을 먼저 듣는다.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박진영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어깨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의사다. 현직 야구선수치고 그에게 진료 한 번 안 받은 사람이 드물다. 대부분의 프로구단에서는 부상이 있는 선수와 재계약을 맺을 때 반드시 박 교수에게 의뢰한다. 한국에 어깨 전문의사가 전무했던 시절 그는 과감하게 어깨 수술을 배우러 미국으로 건너갔고 현재까지 한국에서 어깨 수술을 가장 많이 한 사람으로 꼽힌다. 박 교수는 최근 대한견주관절학회 회장을 맡으며 '어깨의 날(3월 24일)'을 선포했다. 박 교수는 "어깨 질환이 지난 몇십 년간 꾸준히 늘었다. 스포츠인구와 노령인구 증가가 주요인이다. 그런데 어깨 질환을 가볍게 생각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이런 기념일까지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따뜻해지는 봄 시즌부터 어깨 질환이 늘어난다. 겨우내 웅크려 있던 관절에 갑자기 무리가 가 탈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어깨 수술의 으뜸인 박 교수에게 어깨 질환에 대한 모든 것을 들어봤다. -왜 어깨 건강이 중요한가. "어깨는 우리 몸에서 움직이는 범위가 가장 넓은 관절이다. 아파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그 불편함을 모른다. 잠을 잘 때 특히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수면의 질도 떨어진다. 최근 수술한 50대 남성 한 분은 20여 년 동안 팔을 가슴 위쪽으로 올려 보지 못했던 환자였다. 전 세계적으로 100명 중 7명꼴로 어깨 통증을 가지고 있다. 성인은 10명 중 6명이 한 번 이상 심한 어깨 통증을 경험한다. 흔히 허리 통증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데 최근에는 어깨 통증이 허리 통증과 비슷한 비율로 올라섰다." -오십견이 가장 흔한 어깨 질환인가. "아니다. 회전근개질환(충돌증후군)이 가장 많다. 어깨를 들어 올릴 때는 힘줄이 위 뼈(견봉)에 닿는데 심한 운동이나 반복되는 동작들로 힘줄이 위 뼈에 닿는 횟수가 늘고 강도가 세지면 힘줄이 점점 마모된다. 급기야 찢어지기도 한다. 오십견은 조금 다르다. 흔히 동결견이라고 불리는데 어깨를 싸는 관절 주머니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쪼그라들어 굳어 버리는 것이다. 마치 어깨가 얼어 있는 것처럼 조금만 움직여도 많이 아프다. 회전근개질환은 억지로 손을 올리면 머리 위까지 올려지지만 오십견은 손이 가슴 위로 거의 올라가지 않는다. 통증도 훨씬 심하다. 오십견은 50대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40세부터 70세까지 흔하고 50대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그 밖에 석회성건염(어깨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것)도 최근 늘고 있다. 여성에게 조금 더 많고 20대부터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가장 많이 오해하는 것들은. "어깨 질환은 놔두면 좋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십견은 저절로 낫기도 한다. 하지만 절반 정도는 어깨 가동 범위를 좁혀 놓은 채 통증만 사라진다. 문제는 오십견이 아닌 경우다. 회전근개질환은 놔두면 힘줄이 점점 파열돼 심하게 찢어지는데 다시 봉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해진 옷은 꿰매기도 힘들고 설사 꿰매어도 금방 터져 버리는 것과 같다. 석회성건염 근막통증증후군 감염이나 종양에 의한 어깨 통증은 치료 시기를 놓쳐 평생 팔을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어깨에 좋지 않은 동작이나 스포츠는. "어깨를 멀리 뻗는 동작을 반복하면 좋지 않다. 반복적으로 머리 위로 팔을 드는 운동도 마찬가지다. 야구.배구.수영 등이 대표적이다. 40~50대 남성들의 내기 골프도 어깨엔 독이다. 과도하게 스윙을 크게 하고 골프채로 땅을 치는 경우가 많아 어깨에 많은 손상이 간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 헬스장에서 하는 프레스머신 운동(기구를 머리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운동)도 어깨 질환을 더욱 돋운다." -정형외과를 가면 무조건 수술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다. "아니다. 통증이 며칠 정도 지속됐다면 가벼운 경우다. 물리치료와 몇 주 동안의 재활운동만으로도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통증이 3주 이상 지속됐을 때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물이나 주사 또는 체외충격파 등으로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통증이 몇 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는 만성일 때가 많다. 정밀한 검사 후 관절 내시경 등으로 수술할 수 있다. 무조건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물리치료와 주사치료 등 1차 치료가 우선이다." -한국 어깨 질환 치료 수준은. "상당히 높다. 연간 의사 한 명당 수술하는 건수가 미국이나 일본의 5~10배다. 우리나라 정형외과 수술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저렴하지 않나 싶다. 수가가 낮으니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환자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한 의사가 많은 수술을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기술도 발전하고 학문도 발전했다. 국제학회에서도 한국 정형외과 의사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수술할 수 없는 케이스도 한국에서는 가능한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우리가 미국.일본 등지로 수술을 배우러 갔지만 이제는 한국으로 배우러 오는 상황이다." -예방법은. "자세가 중요하다. 앉을 때 항상 어깨를 펴고 머리를 누가 잡아당긴다는 느낌으로 앉으면 도움된다. 어깨 근육을 풀어 주는 스트레칭도 중요하다. 어깨 근육에 힘을 준 채 '으쓱' 올렸다 10초간 유지한 뒤 내리기를 아침.점심.저녁.자기 전 등 네 차례 실시한다. 한 번 할 때마다 으쓱거림은 20~30번 정도한다. 동시에 가슴을 쫙 펴는 동작도 동일한 횟수로 반복한다. 컴퓨터 사용이 일상화된 사람은 어깨 주변 스트레칭을 아침저녁으로 해야 한다."

2011-04-21

과거 '전통' 골프패션서 기능성의 '우즈' 패션까지

과거 골퍼들의 흑백 사진에선 젠틀맨의 스포츠인 골프의 본질이 느껴진다 그러나 트레이닝복 비슷한 기능성 옷에 야구모자를 쓴 타이거 우즈 시대의 골퍼들을 후대는 '운동선수' 로 기억할 것이다 혹시 해태 타이거즈가 연상되지는 않았는가. 1997년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12타 차로 우승하면서 포효할 때 그는 빨간 색 폴로 티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 순간 골프에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지만 이전 시대는 문을 닫아야 했다. 하늘을 향해 어퍼컷을 날리는 우즈의 모습은 경외감을 줬다. 그러나 지금의 감각으로 되돌아보면 우즈의 패션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 빨간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의 조합은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는지는 몰라도 세련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즈의 골프실력이 너무나 훌륭했기 때문에 파급 효과도 강력했다. 클래식 골프웨어를 만드는 해지스 골프의 장지혜 디자인 실장은 “우즈의 출현으로 스폰서 회사의 로고가 박힌 야구모자에, 기능성이 중시된 폴로 티셔츠, 면바지로 골프 패션이 획일화됐다”고 말했다. 원래 그렇지는 않았다. 골프는 매우 스타일리시한 스포츠였다. 필드에는 개성이 넘쳤다. 1870년 전후 최고의 골퍼로 꼽혔던 탐 모리스 주니어도 100년 전 최고의 골퍼 해리 바든도 신사의 명예와 독특한 개성을 필드에서 표현했다. 1940~50년대를 풍미한 벤 호건과 샘 스니드는 트위드캡이나 페도라를 쓰고 넥타이를 맸으며 날렵한 구두를 신은 멋쟁이들이었다. 60~70년대를 풍미한 치치 로드리게스는 놋쇠 와이어가 달린 레이밴 선글라스를 끼고 검정 테를 두른 챙이 짧은 밀짚모자를 쓰고 다녔다. 중요한 버디를 잡을 때마다 치치 로드리게스는 퍼터로 투우사의 칼춤을 췄는데 그의 패션과 잘 어울렸다. 페인 스튜어트는 플랫캡에 무릎까지 오는 흰 스타킹 니코보코스를 입었다. 그렇게 차려입은 스튜어트가 99 US오픈에서 우승한 뒤 점프하는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요즘 옷'을 입은 필 미클슨이 2004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후 점프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즈의 위용은 그 모든 낭만을 기능성이라는 아스팔트로 포장해 버렸다. 요즘 골퍼들은 필드에 나갈 때 당연히 야구모자를 쓰고 폴로 티셔츠를 입어야 하는 것으로 안다. 야구모자는 필드에선 햇볕가리개에 불과했다. 선수들도 더러 야구모자를 썼지만 그리 내켜하지 않았고 역사도 길지 않다. 불과 14년 전인 96년 마스터스에서 우승 경쟁을 한 두 사나이 그렉 노먼과 닉 팔도 모두 야구모자를 쓰지 않았다. 노먼은 카우보이 모자처럼 양 옆이 말려 올라간 커다란 밀짚모자를 썼고 팔도는 아예 모자를 쓰지 않았다. 골프 엘리트들은 야구모자는 캐디에게나 어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즈는 자신의 개성이 아니라 스폰서를 위해 모자를 쓰고 옷을 입었다. 그를 우러러보는 사람들은 그를 따라 했다. 골프의 성인 바비 존스가 트레이닝복처럼 되어버린 21세기 골퍼의 복장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클래식한 영국식 셔츠와 넥타이에 헐렁한 플러스 포(무릎보다 4인치 긴 니코보코스 바지)를 즐겨 입었던 그가 무덤 속에서 벌떡 일어날는지도 모른다. 골프를 만든 사람들은 스코틀랜드의 양치기들이었다. 그들의 복장은 킬트와 거친 양가죽 옷이었다. 그러나 골프가 귀족 스포츠가 되면서 복장은 완전히 바뀌었다. 옷은 입은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한다. 남성 편집숍 겸 브랜드인 제일모직 란스미어의 남훈 매니저는 "골프는 스포츠이기 이전에 귀족들의 커뮤니티 사교를 위한 도구였다"고 했다. 그는 또 "사냥 클럽은 헌팅 재킷 골프클럽 회원들은 골프 재킷을 입었는데 재킷의 출발점은 군복 제복이었다"고 했다. 링크스에선 전투복이 필요했다. 과거 골프 코스는 위험한 곳이었다. 요즘 골프장과 달리 스코틀랜드의 링크스는 나무 등이 없어 옆 홀에서 날아온 공에 맞을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티샷은 홀아웃한 곳에서 2클럽 이내의 장소 에서 해야 했다. 뒷조 어프로치샷의 타깃이 되기에 딱 좋았다. 18세기와 19세기 초반의 골퍼를 그린 그림을 보면 옷은 갑옷 역할을 할 정도로 단단한 중무장이었다. 모자와 두꺼운 재킷 가죽 부츠 등으로 몸을 보호했다. 영국은 신사 패션의 원류다. 골프는 야외 스포츠 패션을 주도했다. 남훈 매니저는 "재킷은 야외 스포츠를 위한 스포츠 웨어였다. 현재 정장 구두가 된 윙팁(wingtip) 슈즈도 골프 같은 야외 스포츠에서 나왔다. 비가 많은 영국에서 신발에 들어간 물이 빠지게 하기 위해 구멍을 뚫어 놓은 것"이라고 했다. 명문 클럽들은 엄격한 드레스 코드를 가지고 있었고 재킷의 색깔과 모양으로 회원들의 동질감과 개성을 표현했다. 마스터스 우승자가 그린 재킷을 입는 것도 그런 전통이 이어진 것이다. 19세기 후반의 골프 수퍼스타 탐 모리스 주니어는 베레모에 재킷과 조끼 넥타이를 매고 긴 바지를 입었다. 날씨가 더워도 필드에선 이 복장을 했다. 그래야 제대로 된 골프였다. 20세기 들어 골퍼들은 긴 양말을 바지 위에 올려 신었다. 바지에 물이 묻었기 때문이다. 1920년대 미국의 골프 코스는 패션 경연장이었다. 두 가지 색이 들어간 구두와 아가일(다이아몬드) 문양의 조끼에 블레이저를 매치하는 등 멋진 옷들이 필드를 활보했다. 니코보코스가 유행이었고 추운 날엔 카디건이나 V넥 스웨터를 입었다. 30년대 골퍼들은 보다 편한 옷을 입기 시작했다. 일을 마친 후 골프장에 가는 남자들이 생겨났는데 그들은 이전보다 일상복에 가까운 옷을 입었다. 재킷은 벗어 던졌다. 그러나 넥타이는 남았다. 50년대가 되면서 긴 바지가 대세가 됐다. 양말을 보이는 것은 속옷을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일부 전통주의자들은 니코보코스를 고수했다. 60년대 히피문화의 등장과 함께 골퍼들의 컬러는 엄청나게 화려해졌다. 잭 니클로스나 탐 왓슨 같은 보수적인 사람들도 원색 바지를 입었다. 골프장은 대담한 패션을 선보여야 하는 곳이었다. 90년대 들어 골프는 대중화됐다. 골프의 주도권은 귀족에게서 스포츠 스타에게로 넘어갔다. 스포츠 의류 회사들은 유명 선수에게 큰돈을 주고 회사 로고가 박힌 야구모자를 쓰게 했다. 의류 회사들은 대량생산에 편하고 많이 팔릴 누구나 소화할 수 있는 무난한 옷을 만들었다. 클래식 패션을 끝까지 지키던 페인 스튜어트가 99년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뜨면서 골프 패션의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 투어엔 많은 상금이 걸렸다. 프로 선수들은 기능성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했다. 미국의 골프 스타들은 실용성 위주의 미국식 패션을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 미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그 영향이 더욱 컸다. 21세기 들어 다시 복고풍이 일고 있다. 영국과 미국에선 100년 전 쓰던 옛날 클럽인 히코리 샤프트 클럽을 사용하는 대회가 생기고 있다. 이 대회의 드레스 코드는 클래식 복장이다. 해지스 골프의 장지혜 실장은 "획일화된 대중사회에서 개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변화하는 분위기가 중상류층의 스포츠인 골프에서 패션으로 분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용석 기자

2011-04-21

골프 승부 가르는 은밀한 무기 '게임스맨십', 이혼 선수에 "부인 잘 있나"…프로도 말 펀치 날린다

게임스맨십의 목적은 자신의 집중력을 강화하고 상대의 집중력을 분산시켜 게임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게임스맨십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골프는 젠틀맨의 게임이라지만 항상 신사적인 것은 아니다. 반드시 이겨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서양 골프엔 'gamesmanship'이라는 단어가 있다. 잘만 사용하면 일관성이 없는 골프 스윙을 가지고도 일관성 있게 이길 수 있는 묘약이라고 한다. 웹스터 사전은 게임스맨십을 '룰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상대의 주의를 흩뜨리는 등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는 말과 행동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예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국에서 쓰이는 '구찌'라는 은어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게임스맨십은 말뿐 아니라 여러 가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상대를 괴롭힌다. 스포츠맨십에는 어긋날 수도 있다. 그러나 경기의 일부이기도 하다. 야구에서 부정 방망이를 쓰는 것은 룰 위반이지만 배터 박스에 들락날락하는 것은 게임스맨십이다. 상황에 따라 경기를 더욱 재미있게 하는 양념이 될 수 있다. 게임스맨십이라는 말은 1968년 영국인 스티븐 포터가 만든 조어다. 스포츠 전체에 쓰이는 말이지만 골프에서 가장 효과가 크다. 그래서 그는 게임스맨십을 골프맨십이라고 이름 붙이려 하기도 했다. 포터는 골프가 게임스맨십에 가장 잘 맞는 이유 두 가지를 들었다. "골프는 멈춰 서 있는 공을 치는 스포츠다. 움직임이 덜할수록 멘털이 중요해진다. 또 골프는 상대와 바짝 붙어 있기 때문에 말과 행동이 잘 먹힌다. 상대가 멀리 떨어져 있는 테니스 같은 스포츠에서 게임스맨십이 잘 통하지 않는다." 몸을 부딪치는 농구나 축구에서 트래시 토크(trash talk)가 있지만 말 그대로 욕이다. 다리를 걸거나 옷을 잡아당기는 파울 수준이어서 게임스맨십에 넣지는 않는다. 게임스맨십이 주말 골퍼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가장 높은 수준의 골프에서도 게임스맨십은 일어난다. 그렉 노먼은 홈페이지에 "프로선수 누구나 다 한다"면서 자신이 쓰던 게임스맨십 전략을 공개했다. 이런 것들이다. "당연히 드라이버를 잡아야 할 아주 긴 홀에서 내가 티샷을 두 번째로 할 땐 1번 아이언을 보란 듯 꺼내 든다. 상대는 '듣던 것보다 노먼이 훨씬 더 장타자네'라고 생각해 드라이버를 힘껏 치다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내 순서가 되면 아이언을 집어넣고 드라이버로 친다. 반대로 페어웨이가 매우 좁은 홀에선 드라이버를 꺼내 들고 웨글을 하고 있으면 먼저 치는 사람은 나를 의식해 드라이버로 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난 아이언으로 친다." 노먼에 의하면 파 3 홀에서 게임스맨십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 "메이저 챔피언과 라운드 도중 상대가 나의 클럽을 계속 훔쳐보더라. 7번과 8번 클럽 중간 정도의 파 3홀이었는데 7번을 꺼내 들고 힘차게 보이지만 실제론 살살 스윙했다. 상대는 7번 아이언을 세게 쳐 그린을 넘기고 말았다." 노먼은 게임스맨십에 당한 일이 더 많다. 1986년 US오픈에서 동반자인 리 트레비노가 퍼트를 지나가게 쳐 놓고 캐디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그린'이라고 투덜거리는 것을 듣고 살살 쳤다가 보기를 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이 대회에서 역전패했다. 타이거 우즈도 자신의 레슨서인 나는 어떻게 골프를 하나: How I Play Golf에서 게임스맨십에 관해 언급했다. "당신이 상대의 머릿속에 들어가 그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 매치를 끝내는 데 유리하다. 나는 마인드 게임을 좋아하며 그것은 골프라는 게임의 일부"라고 썼다. 그리고 매치 플레이에서 쓰는 다섯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평범한 내용들이었다. 드라이브샷을 신경 써서 잘 치고 잘못 친 것처럼 보이게 하라 등 보기 플레이어급 내용이다. 그러나 실제론 그는 매우 고급 게임스맨십을 쓰고 있다. 부치 하먼은 라이벌인 필 미클슨과 마지막 라운드 같은 조에서 우승 경쟁을 하던 우즈의 게임스맨십을 분석한 적이 있다. 그는 우즈의 코치를 하다가 갈라섰으며 현재는 필 미클슨의 코치를 맡고 있다. 두 선수의 심리와 습관을 잘 알고 있다. 하먼은 우즈가 짧은 거리에서 가능하면 상대보다 먼저 퍼트를 해 홀아웃한다고 했다. 우즈가 홀아웃하면 그를 따르는 갤러리가 대거 자리를 움직여 남은 선수는 소란 속에서 퍼트를 해야 한다. 하먼은 또 우즈가 티잉 그라운드엔 되도록 상대보다 늦게 도착한다고 했다. 기다리던 갤러리가 우즈에 대해 박수를 치면 상대가 위축된다. 박수가 티샷 직전까지 이어지게 해 경기흐름을 가져가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우즈는 느린 플레이어와 경기할 때는 빨리 걷고 빠른 플레이어와 할 때는 일부러 천천히 걷는다고 하먼은 지적했다. 상대가 자신의 리듬대로 편하게 경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하먼은 우즈가 가끔씩 드라이버를 쳐야 할 홀에서 일부러 3번 우드를 친다고 했다. 상대는 왜 우즈가 3번 우드를 쳐야 했을지 잠시 고민하게 되는데 그러다 자신의 템포를 잃게 된다. 게임스맨십의 목적은 자신의 집중력을 강화하고 상대의 집중력을 분산시켜 게임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게임스맨십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971년 US오픈 연장에서 리 트레비노는 가방에서 장난감 고무 뱀을 꺼내 상대인 잭 니클로스에게 던졌다. 니클로스는 웃어넘겼지만 게임에서 졌다. 니클로스는 "처음엔 그냥 장난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난 후 트레비노가 뱀을 왜 가져왔을까라는 의문이 남게 됐다"고 했다. 아마추어의 라운드에서도 의도가 눈에 보이는 "저기 오른쪽 큰 벙커 꼭 조심해야 돼"라는 말 등은 멱살잡이를 일으킬 수도 있는 저급한 전략이다. "저기 나비가 자꾸 성가시게 구는데 내가 나비를 잡아버릴까"라는 정도가 좀 더 고급이다. 상대는 스윙이 아니라 나비에 신경 쓰게 된다. 라운드 중 레슨을 해 주는 것도 고도의 게임스맨십이다. 그러나 그냥 레슨을 하는 것은 속이 보인다. 레슨이 필요할 정도로 약한 상대에게 굳이 게임스맨십을 쓸 필요도 없다. 상대가 드라이버를 매우 잘 치고 있을 때 "아! 이제 알았다. 임팩트 때 왼팔을 쫙 펴는 게 스윙의 비밀이지요? 내가 배우려 하는데 스윙할 때 앞에서 그걸 좀 봐도 될까요"라고 묻는 것이 고차원적이다.은근히 상대의 속을 긁는 전략도 효과가 크다. 정치적 종교적 문제에 대해 토론하면 사람들은 의외로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라이더컵에서 세베 바에스트로스는 시끄럽게 이혼해 상처를 받은 상대 선수에게 그걸 전혀 모르는 척 "부인은 잘 있느냐"고 물어 자극시켜 이긴 일이 있다. 국내 투어에서도 상대를 견제하는 일은 자주 일어난다. 그러나 아직 단순한 수준이다. 한 여자 선수는 "옷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눈앞에 어른거리지 말라"는 고참의 질책에 뒤로 물러나다 벙커에 거꾸로 빠진 일도 있다.

2011-04-21

캐디에 들키고 카메라에 찍히고 '완전 범죄는 없다'…프로 골퍼의 속임수, 그 치명적 유혹

최근 한국프로골프투어(KGT)에서 두 명의 선수가 동시 실격되어 상벌위원회에 올라가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세 명의 선수가 1라운드에서 한 조로 치던 중 한 선수가 기권을 했다. 3명 한 조 경기에서 A선수의 마커(스코어를 기록하는 사람)는 B선수 B의 마커는 C선수 C의 마커는 A선수가 된다. 그러나 두 선수가 한 조일 때는 서로 마커가 된다. 상부상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A와 B는 스타급이 아니어서 따라다닌 TV 카메라는 물론 갤러리도 없었다. 두 선수는 서로 은밀히 눈빛을 교환했다. 완전범죄가 가능할 것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꼬리가 밟혔다. 방송사와 인터넷에 실시간 스코어를 제공하는 업체에서 낸 기록과 선수들이 낸 스코어카드가 다른 것이 발단이 됐다. 선수들은 자신들이 낸 스코어카드가 맞다고 주장했다. KGT는 선수들의 말을 믿고 실시간 스코어 업체에 "타수를 제대로 세라"고 불만을 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스코어를 기입한 사람들이 "똑바로 셌다"고 반발했다. 평소 같았다면 선수들의 주장이 먹혔을 것이다. 평소 실시간 스코어 업체는 골프를 잘 모르는 대학생 등을 아르바이트 기록요원으로 썼다. 선수가 그렇다고 하면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그 대회는 외진 곳에서 열려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골프장의 캐디를 고용했다. 캐디들은 스코어 세는 일이 직업이다. 캐디는 선수들이 벙커에 빠진 상황 등 정확한 상황을 제시하며 자신들이 낸 스코어가 맞는다고 주장했다. 비제이 싱A선수와 B선수는 "캐디가 틀렸으며 우리가 제대로 셌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KGT의 추궁이 계속되자 며칠이 지나 A선수가 고백을 했다. 그러자 B선수도 "잘못 센 것 같기도 하다"고 물러섰다고 한다. 두 선수는 짜고 고의적으로 스코어카드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다. 프로 자격을 빼앗길지도 모른다. KGT에 의하면 두 선수는 각각 3타와 4타를 줄여 1라운드에서 똑같이 73타로 썼다. KGT 관계자는 "1라운드에서 1오버파 정도면 컷 통과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요즘 아마추어는 남이 안 볼 때 슬쩍 공을 옮겨 놓기도 하지만 프로는 규칙을 잘 지킬 거라는 인식이 있다. 프로들은 "아마추어나 규칙을 어긴다"고 한다. 그러나 골프 초창기 사람들의 생각은 반대였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처음으로 벽을 헐고 함께 경기한 1861년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규칙을 위반하는지 감시하고 스코어를 체크하는 마커는 프로들만 따라다녔다. 주최 측은 젠틀맨인 아마추어는 스코어를 속이지 않을 거라고 믿었고 프로는 타수를 속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명예가 가장 중요했고 프로들에겐 돈이 가장 큰 가치였다. 아마추어들이 속임수를 쓰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내기 골프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프로들은 실제로 많은 속임수를 썼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유명 선수도 속임수에 연루된 경우가 종종 있다. 세계 랭킹 1위를 했던 비제이 싱은 1985년 아시안 투어에서 스코어카드를 조작했다는 이유로 2년간 자격 정지됐다. 싱은 거물이 된 후 당시 사건은 억울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안 투어는 이를 수정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 속임수 경력은 싱의 경력에 지울 수 없는 오점으로 남아 있다. 콜린 몽고메리도 2005년 인도네시아 오픈에서 비 때문에 경기가 중단됐다 재개됐을 때 원래 있던 자리보다 더 좋은 자리에 공을 놓고 쳤다. 그도 역시 이 사건을 부인했는데 TV 카메라가 증거가 될 만한 장면을 촬영했다. 투어는 간판 스타인 그를 실격시키지 않았다. 몽고메리는 상금을 기부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스타급 선수는 속임수를 썼을 경우 발각될 위험이 크다. 관심이 집중된 선수에게는 TV 카메라와 갤러리.기자 등 수많은 눈이 따라다닌다. 고의적인 속임수는 아니었지만 사소한 규칙 위반이 몇 차례 드러난 미셸 위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비인기 선수였다면 충분히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는데 수백만 개의 눈이 그를 쫓아다니기 때문에 사소한 규칙 위반도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 선수들은 아니다. OB가 나면 볼을 몰래 떨어뜨려 놓는 이른바 '알까기' 등을 할 여건이 된다. 속임수도 동료와 캐디가 묵인한다면 완전범죄가 될 수 있다. 정직한 게임이라는 것을 강조해야 하는 투어는 완전한 증거가 없으면 조용히 덮고 넘어가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발각되는 일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골프를 '명예의 스포츠' '정직의 게임'이라고 유달리 강조하는 이유는 '사실은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신을 제외하곤 아무도 보지 못한 공의 미세한 움직임을 자진 신고하고 스스로 벌타를 받는 프로골퍼의 미담이 가끔 나온다. 그러나 "누가 알까기를 하고 타수를 속였다"는 이야기도 투어에서 종종 들린다. LPGA 투어에서 뛰다 은퇴한 한 한국 선수는 "그린에서 홀 쪽으로 조금씩 밀어 넣기는 기본이고 알까기 러프에서 볼을 옮겨 놓기 등 속임수를 쓰지 않은 선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과장이 없지 않다. 속임수를 쓰는 선수는 정상급 선수가 되기 어렵다. 어니 엘스는 "아무리 뻔뻔스러워도 마음속에 죄책감을 가지고 우승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카메라와 항상 함께 다니는 타이거 우즈는 적어도 코스 안에서는 누군가를 속일 수 있는 환경이 안 된다. 그러나 더러 속임수에 대한 얘기도 들린다. LPGA 투어의 정상급 미국 선수인 C는 캐디와 크게 싸운 후 결별했는데 그 이유는 C가 몰래 '알까기'를 한 사실을 안 캐디가 "양심선언을 하라. 부정직한 선수와 함께할 수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C는 슬럼프를 겪다가 최근 그 캐디와 다시 합치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C는 "과거 우리는 성격이 맞지 않았는데 이제 어른이 됐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한국 선수들도 LPGA 투어에서 문제가 된 경우가 더러 있다.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에 진출한 초창기엔 코스 밖으로 나간 공을 아버지가 던져 줘서 말썽이 일기도 했다. 부모들은 자식이 샷을 할 때 낙구 지점에 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시 공이 러프에 들어갔을 경우 찾아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깊은 러프 속으로 들어가거나 코스 밖으로 나간 공을 던져주고 싶은 유혹을 느낄 만도 하다. 그래서 몇몇 선수의 아버지는 코스 출입이 금지됐다. 지난 8월 열린 캐나다 여자오픈에서는 한국 선수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정일미와 안시현은 경기가 끝난 후 공이 바뀐 것을 알게 되어 신고하고 자진 실격했다. 하지만 이를 문제 삼은 한 캐디는 "두 선수가 경기 중 공이 바뀐 것을 알면서도 벌타를 더하지 않은 스코어카드에 사인했다가 다른 사람의 지적을 받고 나서야 사실을 털어놨다"고 주장했다. LPGA 투어는 진상을 조사한 후 두 선수가 스코어카드에 사인한 후 공이 바뀐 사실을 안 것으로 결론지었다. 성호준 기자

2011-04-21

골프는 코스와 싸움, 상대와 싸우는 순간 무너진다

작은 실수 만회 하기 위해 많은 생각하다 리듬 잃어 야구와 골프는 친구다. 골프의 가장 적절한 한자 번역은 야구(野球)로 보인다. 야구에 선수를 빼앗기지 않았다면 들판에서 공을 막대기로 때리는 골프가 야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두 스포츠는 비슷하다. 축구 등과 달리 야구와 골프는 경기가 자주 끊어진다. 이 틈에 근육이 아니라 뇌가 활동하게 된다. 그래서 골프와 야구는 육체의 본능이 아니라 뇌가 지배하는 대표적인 멘털 스포츠다. 두 스포츠는 배가 나와도 할 수 있는 이상한 운동이라는 조소를 받기도 한다. 스티브 블래스(작은 사진)라는 투수가 있었다. 야구와 골프에서 모두 유명하다. 1972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19승을 거둔 위대한 피처였는데 이듬해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88이닝에 볼넷이 84개나 됐다. 이런저런 심리 치료가 전혀 먹히지 않았다. 74년 마이너리그에 갔다가 올라와 5이닝 동안 볼넷 7개를 내주면서 8실점한 다음 은퇴했다. 그처럼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것을 스티브 블래스 병이라고 한다. 블래스는 은퇴 후 심심풀이로 한 골프는 잘 했다. 한 라운드에서 홀인원을 두 번이나 해 화제가 됐다. 프로골퍼들 중에서도 한 라운드에 홀인원을 두 번 한 것은 유례가 없다. 프로골퍼들도 블래스 병을 앓는다. 블래스가 스트라이크존을 찾지 못한 것처럼 갑자기 페어웨이와 그린을 찾지 못하는 일이 종종 나온다. 지난해 10월 10일 끝난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4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한 노승열은 10타 뒤져 있던 양용은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전날까지 9언더파를 치며 펄펄 날았던 그는 이날 79타를 쳤다. 그의 공은 산으로 러프로 벙커로 코스 바깥으로 나갔다. 양용은의 10타 차 역전승은 한국 기록이다. 해외 주요 투어에서도 10타 차 역전승은 단 한 번 나왔다. 1999년 카누스티에서 벌어진 디오픈 챔피언십에서 폴 로리는 선두 장 방 드벨드에 10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가 우승했다. 폴 로리는 연장까지 치러 이겼으나 양용은은 최종 성적에서 2타를 앞섰다. 양용은 입장에선 10타 차 역전승이지만 노승열이 10타 차 역전패를 당했다고 할 수는 없다. 노승열은 4라운드를 2위인 김비오에게 5타 앞선 채 시작했기 때문에 5타 리드를 지키지 못한 역전패가 된다. 이는 한국 타이기록이다. 95년 패스포트 오픈에서 김종덕이 비제이 싱에게 5타 차 역전패를 당한 적이 있다. 해외에서 최다 타수 역전패는 6타 차다. 모두 여섯 번이 나왔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96년 마스터스에서였다. 그렉 노먼은 닉 팔도에 6타 앞선 채 호기롭게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가 더블보기 2개와 보기 5개를 하며 78타를 쳤다. 65타를 친 팔도에게 무려 5타 뒤진 채로 경기를 끝냈다. 큰 타수 차로 앞서가다가 상대의 낚싯줄에 끌려 나락으로 떨어지는 선수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96년 마스터스 12번 홀 개울에 공을 빠뜨린 이후 희망을 잃고 고개 숙인 노먼을 두고 언론은 "장례식을 치르는 모습 같다"고 표현했다. 경기 후 팔도는 노먼을 끌어안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두 선수는 그 내용에 대해서 입을 다물다 노먼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내용을 공개했다. "저 녀석들이 너를 주눅들지 못하게 하라(Don't let the bastards get you down)"였다. '저 녀석들'은 언론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과 팬들이 팔도의 충고를 들어줄 리는 없다. 노먼의 참담한 역전패는 마스터스를 앞두곤 매번 등장하는 안주거리다. 노먼 자신도 그 악몽을 이기지 못했다. 테니스 스타 출신 크리스 에버트를 만나기 전까지 노먼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하지 못했다. 99년 오픈 챔피언십 마지막 홀 직전까지 3타 차 선두였다가 트리플 보기로 우승을 헌납한 장 방 드밸드도 이후 골프계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66년 US오픈에서 9홀을 남기고 빌리 캐스퍼에게 7타를 앞서다 역전 당한 아널드 파머도 이후 급격한 몰락을 했다. 98년 유러피언투어 조니워커 클래식에서 우즈에게 8타를 앞서다 뒤집힌 어니 엘스는 우즈 공포증에 빠졌다. 그는 우즈가 우승한 대회에서 2위를 가장 많이 한 선수로 남아 있다. 갑자기 난조에 빠져 역전의 올가미에 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페이스를 잃고 남의 경기를 따라가는 것이 크다. 5타 차 역전패를 당했던 김종덕은 "잘 될 때는 보기를 해도 그러려니 하고 인정하는데 쫓기다 마음이 급해지면 버디를 하려고 덤벼들게 되고 그러다 엉기게 된다"고 말했다. 상대는 그런 심리를 부추긴다. 95년 패스포트 오픈에서 비제이 싱은 짧지만 위험한 파 4홀에서 드라이버를 힘껏 휘둘러 1온을 시키고 긴 파 5에서도 페어웨이에서 세컨드샷을 드라이버로 쳐서 올리곤 했다.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부담 없이 경기한 싱에게 김종덕이 말린 것이다. 김종덕은 "이번 대회에서 노승열이 그렇더라"고 말했다. 노승열은 첫 홀에서 불운했다. 티샷이 약간 엇나갔는데 공은 거리를 표시하는 페어웨이 옆 작은 나무 위에 올라가 있었다. 공이 나무 위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노승열은 벌타를 받아야 했다. 김종덕은 "노승열이 불운에 기분이 나빠진데다 양용은이 쫓아오자 자신의 게임플랜을 잊은 것 같다. 이후엔 조심해야 할 홀에 있던 함정에 모두 걸려들더라"고 말했다. 아프지도 않고 자신감을 잃을 만한 충격을 받지도 않은 스티브 블래스 병은 명쾌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가장 근사한 설명은 '작은 실수 하나를 만회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하다가 리듬을 잃었다'는 것이다. 노승열의 예에 대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박원 J골프 해설위원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와 싸워야 한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의 경기 스코어보드 등은 수시로 변하는 변수이고 골프 코스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상수인데 움직이는 목표를 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잭 니클로스도 "골퍼는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박원 위원은 "다른 선수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볼을 목표지점으로 보내는 것)을 잊게 만들고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열쇠를 남에게 넘겨주고 마는 것"이라고 했다. 바비 존스 벤 호건 잭 니클로스 (스캔들 이전의) 타이거 우즈는 골프를 자신과 골프 코스와의 개인적인 경기로만 여겼다. 김종덕 프로도 "게임이 안 풀릴수록 연습라운드에 했던 공략법 그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골퍼도 라운드 도중 갑자기 자신감을 잃고 샷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박 위원은 "상대를 자신의 경기에 끌어 오려는 동반자에 당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원리는 이렇다. 장타자는 긴 파 3홀 등에서 '5번 아이언을 달라'고 동반자가 듣도록 크게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5번 우드를 치려던 동반자는 창피해서 하이브리드를 잡고 힘이 들어가 큰 실수를 하게 된다. 상대의 경기에 말리지 말고 오히려 "5번 우드를 달라"고 큰 소리로 얘기하면 장타자가 자신의 클럽 선택을 의심해 실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원용석 기자

201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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